2023년 가을, 가와사키 모터스 주식회사(カワサキモータース株式会社)가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하는 전동 모터사이클, 하이브리드 모터사이클이 유럽에서 발표되었다.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두 모델의 모니터에 사용되는 오리지널 폰트 'Kawasaki Type 001', 'Kawasaki Type 002'를 모리사와와 공동 개발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되었다. 오리지널 폰트 도입 경위와 고유한 폰트 제작의 특수성에 대해 가와사키 모터스 주식회사의 스타일링 디자이너이자 모니터의 GUI 디자인을 총괄한 서지원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모니터 고기능화로 폰트의 중요성 증가
아날로그 미터에서 흑백 화면으로, 최근에는 풀 컬러 TFT(Thin Film Transistor) 액정 화면으로, 모터사이클의 모니터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가와사키도 몇 년 전부터 TFT 액정 화면으로 전환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개선해 온 결과, "메뉴 화면의 영문과 계기반의 숫자 폰트가 모니터의 인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서지원 씨는 말한다.
지금까지 가와사키의 모니터에는 기존 폰트를 사용했다. 범용성은 있지만 독창성이 부족하단 답답함이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한때 폰트 디자인을 접해본 경험이 있다는 서지원 씨가 문제 해결을 위해 찾은 것이 가와사키만의 독창적인 폰트였다. "가와사키가 처음으로 전동 모터사이클을 개발하는 유일무이한 기회이기에 오리지널 폰트를 개발하고 싶다"는 서지원 씨의 요청에 디자인 팀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의 개발 직원들도 동의하며, 신형 모터사이클 개발과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폰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미래의 시그니처 폰트가 될 두 가지 폰트 선정
모터사이클 모니터 폰트에 요구되는 요소는 일반 폰트와 다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보는 환경의 차이이다. 기종에 따라서는 시속 300km에 가까운 속도로 인해 진동을 일으키고, 맑은 날씨에는 햇빛의 반사가 있는 반면, 우천이나 야간에는 시야가 나빠지는 등 야외 주행 중에도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높은 시인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가와사키만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다.
당시 서지원 씨가 갖고 있던 생각은 "오리지널 폰트를 개발한다면 언젠가 '가와사키 하면 바로 이 서체'라고 인식되는 시그니처 폰트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디자인의 기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레트로&로드'와 '스포츠성'을 테마로 한 두 가지 폰트 개발이 결정되었다.
주문을 받은 모리사와가 폰트 개발의 기반으로 제안한 것은 라틴알파벳 폰트 'Sharoa Pro'와 'Stainless'였다. 서지원 씨는 한 눈에 보고 '이거다'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Sharoa Pro'는 심플하고 사용하기 쉬운 폰트라고 생각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클래식한 느낌이 있어서 일부 모터사이클에 사용하는 아날로그 미터기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어요. 반면 'Stainless'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금속판을 구부린 듯한 곡선이 매우 아름다운 폰트입니다. 굵기의 밸런스가 좋고 시인성도 만족스러웠으며, 무엇보다 글자 자체의 캐릭터성이 매우 강합니다. 기본적이면서도 독특한,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가지 폰트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모터사이클 특성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신형 모델의 시계 디스플레이에는 'Sharoa Pro'를 기반으로 한 'Kasawaki Type 001', 메인 폰트로는 'Stainless'를 기반으로 한 'Kasawaki Type 002'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폰트 개발은 가와사키 전용 커스터마이징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가속과 감속에 따라 속도계의 숫자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그래서 폰트의 일관성과 통일성이 중요합니다. 폰트가 제각각이면 표시가 바뀔 때 헷갈려 보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서지원 씨의 말처럼, 이 부분에서도 모터사이클 고유의 특성에 맞는 섬세한 조정이 필요했다.
먼저 3, 6, 8과 같은 숫자의 위아래 중심선을 맞추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5', '9' 등 아래쪽 곡선이 튀어나오는 숫자는 원래 디자인에서 각도를 완만하게 조정하여 통일감을 주었다. "선을 어디까지 늘릴지, 튀어 오르는 각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실제 모니터에서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5mm 정도로 매우 작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글자가 뭉개지지 않도록 글자 간 간격을 조정하는 등 전체적인 균형뿐만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감각적인 부분도 있어서 모리사와의 타입 디자이너가 눈앞에서 세밀하게 조정해 주면서 최종 형태를 찾는 작업도 있었어요."
그렇다면 목적 중 하나인 독창성은 어떻게 연출했을까. 예를 들어 E, F, T 등의 라틴알파벳은 가로 줄의 오른쪽 끝을 비스듬히 잘라냈다. 부분적으로 날카로움을 넣어 모터사이클을 타고 빠르게 질주하는 느낌이나 속도감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사용자에게 가장 좋은 시인성과 장난기 넘치는 세부 사항을 추구한 결과, 가와사키 오리지널 폰트가 완성되었다.
오리지널 폰트가 제품의 매력 향상에 일조하다
'Kawasaki Type 001', 'Kawasaki Type 002'가 완성된 지 몇 달 후, 약 100명의 개발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가와사키 모터스 사내에서 신형 모델의 중간 프레젠테이션이 열렸고, 오리지널 폰트를 채용한 모니터 이미지를 처음 공개했다. "폰트만 달라졌을 뿐인데 이렇게 이미지가 달라지다니, 멋지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용자의 시선에 가까운 분들의 목소리이기도 해서 매우 기쁘게 생각했습니다."라고 서지원 씨는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이상을 구체화할 수 있고, 제품에 독창성을 더할 수 있는 오리지널 폰트 개발은 디자이너인 서지원 씨에게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앞으로 모터사이클의 모니터, 전용 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됨으로써 이번에 탄생한 오리지널 폰트는 '가와사키 하면 떠오르는' 존재로 승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이번에 발표된 전동-하이브리드 모터사이클에서 그 혁신의 시작을 지켜보고 싶다.